서울역
이제영
수많은 발걸음들이 떼를 지어
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또
헤일 수 없는 사람들이
전쟁포로마냥
시시때때로 맞교환 되는 현장
팽팽한 긴장감어린 굳은 표정의 철로
단단한 쇠바퀴는 변신을 거듭해
속도 경쟁으로
바쁜 사람들을 사로잡는 사냥터
세월을 비켜 앉은 처량한 옛 역사驛舍
지난 사람들의 추억과 향수를
무작정 상경했던 순박한 사람들의 애환을
고스란히 가슴 안에 새겨 넣고 있을까
나이든 경험과 혜안으로 그는
다시 비상을 꿈꾼다.
옛 고구려 땅을 가로질러 동유럽까지
한반도를 벗어나 보란 듯
힘줄 굵은 근육을 자랑하고 싶다
그날이 오면 그와
동행하고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