세밑 단상 /이제영
한 해를 마감 한다는 것은
역사의 마디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.
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낸 1년
그릇에 담아 밀봉하는 것이 아니라
선을 그어 또 하나의 출발점을 각인하는 것이다.
12월의 달력은
시간에 내몰리는 숫자가 아니다.
다가오는 새해에게
하나하나 남김없이 바톤터치하는
징검다리요 심부름꾼이다.
년 말에 한 해를 반추하는 것은
추억으로만 남기는 죽은 세월이 아니다.
언제 꺼내 봐도 늘 새롭고
익숙하지 않은 나와 만날 수 있는
숨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.